차라리! 2:0 스코어로 졌으면 이렇게 뛸 일도, 차 없을까봐 조마조마 하지도 않았을텐데...
굳이 한 게임 이겨서 최종적으로 2:1로 지고, 시간은 이미 12시를 넘기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당구 한 겜 쳤는데 2:1로 아슬아슬하게 지고 지하철 타려고 뛰는 상황입니다. ^^;

어찌어찌하여 사당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가는 2호선이 12시20분 경에 있어서 무사히 타고, 홍대입구역에서 집앞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안도감에 몸이 나른해졌다. '앗싸! 택시비 굳었다!' ㅋㅋ (참고로 난 부천이 집이고, 홍대입구역에서는 새벽 2시까지 버스가 있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 인지! 사당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가는게 평소와 다르게 크게 돌아간다고 느껴지더니~ 신도림역에서 인천행 1호선이 있을거라는 말도안되는 믿음에 무작정 신도림역에서 하차했다. 결과는... 1호선쪽은 다 철창(바리게이트)이 내려져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쳇! 택시 타야지!'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 방향으로 따라나갔다. 계단을 올라가며 들리는 소리는 '인천,부천', '수원, 안산', ... ... 장거리 합승으로 손님 태워가시려는 택시기사님들의 목소리!
냉큼 타려고 했지만 왠지 조금 걸어나가서 타야지 라는 생각에 한 1~2분 걷다가 택시를 탔다.

아! 오늘 장 날인가? 택시기사님이 미안하다고 부천은 못 갈거 같다고 하시더니~ 건너가서 타라고 하신다. 공손하게 '네'하고 내렸더니, 사람들 신호등 신호 바뀌었는지 뛴다. 나는 또 무작정 같이 뛴다. 그랬더니 중앙에 떡하니 버스정류장 나타나시고~ 멋지게 점프하려다 '에휴' 한숨쉬며 버스정류장에 멈추어섰다.

와!!! 우연히도 부천역에서 평소에 많이 보던 버스가 있다. 88번!!! 막차인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가는 방향도 확인 안 하고 타는 나~! '뭐, 서울가는거면 내려서 택시타지!' 한다. 쯧...쯧...

   
그 때까지 열심히 휴대폰으로 DMB 보다가... 가는 방향은 알아야지 하는 마음에 한 쪽 이어폰으로만 보고 있는데, '삐~삐!' 배터리 없으시단다. '에휴, 장 날이구만!~!~!' DMB 접고, 안내방송 확인으로 부천방향이 맞는 걸 확인한 나는 그제서야 버스 안을 둘러봤다.

버스에서 제일 뒷 자리에서 한칸 앞에 앉아있었는데... 앞쪽으로는 술에 취한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고 계시고, 뭐가 그렇게 불안한 듯 휴대폰 열었다 닫았다~ 힐끔힐끔 주위 살피는 아리따운 여성분! 그 외 빨리 앉기를 바라는 눈으로 조는 사람을 쳐다보고 계시는 아주머니! 그리고 기타등등... 참! 뒷쪽에는 조용히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왠지 모르게 풋풋할 거 같은 연인이 있었다.

그렇게 짧은 5~6초 동안 버스 안 사람들을 쭉 보고! 버스에서 기사님이 라디오를 튼 걸 알았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새벽에 라디오! DJ님도 장 날인 걸 아는지~ 알고 있는 좋은 옛 노래들 심심찮게 선곡해준다. 아... 이 기분!

내가 잘 모르는 역에 내려, 한 번도 타보지 않은 버스를 타고 낯선 거리를 지나쳐 간다. 왠지 모르게 영화에서나 볼 듯한 버스 안의 인물들과 라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 '이 버스 어디까지 갈까~? 쭉 가고 싶다. 이 나른함, 이 편안함...(나른한 듯한 편안함 속에 낯서러움! 뭐 굳이 이야기 하자면 그렇고! 기분 좋았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어느 덧, 나의 상념은 내일 오전에 있는 미팅을 생각하면서 현실로 돌아와 아쉬움을 뒤로하고 부천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다가...쩝!!! '택시~'(내가 사는 집은 부천역에서 좀 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던 즐거움! 글로 남겨보지만 왠지 쓸수록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왜 일까?
나에게 막차란... 일탈이었다.

친구들은 홀연히 일을 접고(아니면 장기휴가를 내고) 외국으로 가서 여행하는 걸 일탈이라고도 하고,
나이에 안 맞게 나이트가서 부팅가고 밤새도록 노는 걸 일탈이라고도 하고,
무엇인가 준비된 것에서 일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낀다.

참! 나두 다 동의하는데... 이 막차를 어쩌지!!! 살면서 하기 쉬운 경험이긴 한데...그게 처음으로 타보는 막차라면!! 처음으로 본 거리라면... 굳이 돈 많이 안 들여도 일탈!!! 느꼈는데~!!!

방향만 맞다면! 언젠 한 번 타보지 않은 막차타고 집에 들어가 보자! 소심하면서도 평범한 일탈!
(참! 만약에 만약을 위해 택시비 정도는 생각하고 타자! 아니면 다음 날 욕먹을 생각하고 새벽에 집에 전화해야 한다. 그것도 역시 일탈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졌다~ ^^;)

Posted by 잡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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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8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ZOOTY 2008/11/19 0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셨죠 ... ^^
      오랜만에 이런 좋은 소식을 덧글로 남겨주셔서 더더욱 반갑습니다. ^^ 당연히 참석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해주신 블로그에 비밀덧글로 신청했습니다.
      그럼 ... 간담회때 인사드리겠습니다.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인사 나눌수 있겠네요 ^^